안 할말 못 할말 2022.10.19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다고?”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다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월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조선은 안에서 썩어 망했다.”라고 주장했다. 거기에 더해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라며 “조선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라고 썼다.

 정말 그랬을까?

 조선이 안에서 썩었을까? 안에서 썩은 나라는 이웃 나라가 마음대로 점령하여 식민지로 만들어도 괜찮은 걸까? 19세기 제국주의 국가들이 후진국들을 마구 집어삼킨 강탈 시기에 그들에게 당한 나라는 모두 썩어서 당했던 것인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그런 주장이야말로 제국주의자들이 약소국가를 침략할 때 정당화를 위해 내건 뻔뻔한 거짓말이다.

 조선은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정한 선비의 나라다. 남의 나라를 침범한 적도 없고, 백성들은 예의와 범절을 생활화하고 있던 군자의 나라임이 확실하다. 지금도 한국의 범죄율이 서방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이유는 본래부터 착하고 정직한 민족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의 관리들은 동시대의 다른 국가보다는 대체로 청렴하고 공정했다.

 개화기 때 조선을 찾아온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는 “조선사람들은 멋지고 신체도 일본사람들보다 훨씬 컸다.”라고 말하면서 “조선의 땅에, 바다에,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국민 속에, 분명 희망이 있다.”라고 기술했다. 비숍 여사가 조선을 폄훼하고 게으르고 부패한 나라라고 말했다는 것은 ‘문창극’ 같은 사람들이 자신의 나라를 비하하기 위한 억지이다.

 비숍 여사는 73세로 죽음이 임박했을 때 “나는 서울이 영국의 어느 곳보다 집처럼 느껴진다.”라면서 병상에서도 여행 가방을 꾸리려고 했다고 한다. 안에서 썩은 나라라고? 그건 무슨 근거에서인가? 조선은 개화를 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고, 서양식 신식국가로 발전해 보려고 몸부림친 나라이다. 하지만 이웃 일본은 조선이 스스로 일어서려고 할 때마다 포격을 가하고, 사변을 일으키고, 군대를 동원하여 협박하고, 국제적으로 조선은 자신들의 보호국이라며 매장을 시켜온 나라이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이 말은 이완용이가 살아나와서 한 말이 아닐까? 일본이 조선과 전쟁을 안 했는데도 조선이 자진하여 일본의 식민지가 되겠다고 간청했다는 말인가? 그럼 일본은 무엇 때문에 청나라와 전쟁을 하였고, 무엇 때문에 러시아와 전쟁을 했다는 말인가? 이 두 전쟁 모두 일본이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고등학교 국사 공부도 못했나? 일본이 청나라에도 승리하고 러시아에도 승리한 거대군사제국이 되었을 때, 군대마저 해산당한 조선이 어떻게 일본과 전쟁한다는 말인가? 만일 조선 민중이 모두 자진하여 일본의 속국 신민이 되기로 했다는 것이 사실이면, 미국은 일본이 무조건 항복한 후 전후처리과정에서 한반도는 일본 천황에게 돌려주어야지 왜 대한민국을 독립시켰겠나? 참 어이가 없다.

 정진석의 부친은 박정희 정부 때 치안국장을, 전두환 정권 때는 내무부 장관까지 지낸 정석모라는 사람이다. 그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공주군 계룡면장을 지냈다는 정인각 씨라고 한다. 사회의 지도층에 있는 사람이라면 ‘노블레스 오블리주(프랑스어: noblesse oblige)’정신으로 솔선하여 국가의 치욕을 씻을 줄 알아야 함에도, 제 조상의 나라를 욕하는 것은 올바른 도리가 아닐 것이다. 입이 있다고 안 할 말, 못 할 말을 해대면, 자신도 안 좋은 말을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