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간 肝 2023.01.05

by 김성국 posted Jan 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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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졸이는 토끼

 

올해 2023년은 계묘년 癸卯年 토끼의 해이다토끼털은 하얀색이거나 회색이 대부분이다그런데 하필 검은 토끼해라고 요란스럽게 떠들고 있는데이는 계()가 십이간지 상에서 물()을 의미하므로 검은색이라고 보기 때문이다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과거부터 검은 토끼해이니 황금돼지해이니 부풀려 유난 떠는 풍조가 없었는데근래 들어 유행하는 이유는 모두가 삿된 일본 풍습이 건너온 탓이다.

 ‘토끼’ 하면 떠오르는 것이 토끼전이다토끼가 자라의 꼬임에 빠져 용궁으로 들어가 용왕에게 간을 빼앗길 뻔하다가 간신히 살아 돌아온 이야기는 모두 알 것이다.

 토끼전은 토끼원전’ ‘별주부전’ ‘자라전’ ‘수궁가’ ‘구토지설’ 등으로도 불리며 내용은 비슷하다판소리로 널리 알려졌고, 2021년 <이날치 밴드>가 범 내려온다!”라고 수궁가 한 부분을 편곡해 불러서 히트 친 적이 있다자아 그러면 토끼전속으로 들어가 보자.

 ‘용왕이 등극하여 영덕전(靈德殿)을 새로 짓고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매일 진수성찬에 음주 가무를 즐기다 보니 결국 술병이 들었다전국의 명의를 불러다 진맥을 해보니 음황 풍병(淫荒風病)’으로 판명되어 토끼의 간을 구해 달여 먹지 않으면 염라대왕이 동성 삼촌이요동방삭이가 조상이라 할지라도 누루황 새암천 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다,~”라는 판정을 받았다.

 용왕이 국무회의를 급히 소집하여 누가 육지로 나가서 토끼의 간을 구해 올 자가 없느냐?”고 하문하니, “거북이 국무총리와 도미 행안부장관민어 법무부장관오징어 문교부 장관도루묵 국방부 장관조개 해양수산부장관낙지 서울시장홍어청어가오리 등등 모든 벼슬아치가 눈알만 좌우로 굴리고 앉아서 묵묵부답이라!~”

 그때주둥이는 까마귀 부리 같고 등에는 방패를 짊어진 자라 별주부란 놈이 떡 나타나더니 "소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강상에 높이 떠서 망보기를 잘하오니 무슨 봉폐(逢弊있사오리까마는 수국의 소생이라 토끼 얼골을 모르오니 화상이나 한 장 그려주옵소서하며 자원하고 나선다.

 주부(主簿)라는 벼슬은 종 6품의 미관말직이다고관대작들은 입으로만 충성을 외칠 뿐이고 막상 모두 몸을 사리는데순진한 자라’ 주부만이 한 몸 바치겠다면 나선 것이다.

 그런데 왜 토끼의 간을 빼먹어야 용왕이 산다는 것일까토끼전에서 토끼는 높은 사람 눈치 보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토끼 간은 일상에서 삭히고 삭혀서 뱃속에 꼭꼭 감추어둔 서민들의 설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서민들의 간을 빼먹어야만 용왕이 산다니 참 암담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용왕은 구중궁궐에서 사니세상이야 어찌 되든 말든 별로 현실감이 없을 것이다사실 병의 원인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인데 용왕만이 모를 뿐이다.

 용은 태어날 때부터 용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뱀이나 잉어가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서 이무기에서 용으로 현신하는 것이라 한다이무기는 여의주를 물어야 용이 되는 것인데 용이 여의주를 잃으면 다시 이무기로 전락해서 땅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교양으로 읽는 명리학라이트하우스인, 2022, 삼각산인 저, p82~p84, 인용)

 필자가 재미로 올해 우리나라 운세를 뽑아보니 뇌풍항雷風恒괘가 나왔다나쁘지 않은 괘라고 볼 수 있다부부가 힘을 합쳐서 평상심을 다하면 좋다는 것이다다들 변함없는 항상심으로 즐겁게 노력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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