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어렵다
다음 주 9월 10일 토요일은 음력으로 8월 15일, 즉 추석 명절이다. 하늘은 높고 가을 햇살은 뜨거워서 오곡백과가 무르익어 가는 기쁨의 계절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다른 해에 비해 조금은 우울할 것 같다.
당장 초대형 태풍 ‘힌남노’가 추석 직전인 9월 6일 ~8일 사이 한반도에 상륙한다는 소식에 걱정이 태산이다. 추석 즈음에 닥친 태풍으로 우리나라에 가장 큰 피해를 준 것은 바로, 1959년 9월 12일(당시 추석 당일)에 한반도 남부지방을 강타한 ‘사라’호 태풍이다. 이 사라호 태풍은 지금까지 한반도를 덮친 태풍 중에서 가장 강했는데 중심기압이 905 hpa, 순간최대풍속은 초속 70m에 달했다. 이 태풍으로 사망·실종 849명, 부상자 2,533명, 이재민은 37만 명에 달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최대의 자연재해로 기록되어있다.
이번에 올라온다는 태풍 ‘힌남노’의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80m에 달할 거라고 하니, 과거 사라호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공무원을 비롯한 전 국민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는 달러화 환율이다. 9월 1일 현재 미국 돈 1달러가 한국 돈 1,354.8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에 유학 중인 아이에게 1,000달러를 보내려면 수수료 포함 약 140만 원이 필요하다. 년 초 1월 1일에 1달러 당 1188.88원이든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것이다. 환율이 폭등하면 한국에 있는 달러가 미국으로 기어들어 가 버리기 때문에, 외환위기가 우려되는 것이다. 수입물가가 치솟으므로 국내 물가가 뛰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요즈음 고금리에 고물가가 쌍끌이로 덤벼들어 가난한 서민들의 추석 상차림은 지난해보다 훨씬 초라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추석에는 햇과일이나 햇곡식을 수확하여 조상에게 제례를 드리는 의미가 큰데, 그런 의미로 보자면 지구온난화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올해 음력 8월 15일 (양력 9월 10일)에 햇과일이나 햇곡식을 수확하기란 사실상 매우 어렵다. 차라리 한 달 늦춰 음력 9월 15일 (양력 10월 10일)이 추석 명절이라면 어떨까? 날씨는 선선하고 농부들은 오곡백과를 무난하게 수확하여 걱정 없이 명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태초에 추석 명절을 즐기던 고조선의 경우, 만주지역 위도 緯度가 한반도보다 북쪽이었기 때문에, 음력 8월 보름이면 기온도 서늘하고 오곡백과를 수확하기에 적당한 계절이었을 것이다. 신라의 경우에는 위도가 낮아 만주지역과는 다르다. 삼국유사 기록을 보면 신라는 추석에 길쌈을 마치고 ‘잔치를 크게 벌였다.’라는 기록이 주를 이루지 오곡백과를 수확하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은 없다.
일본 추석은 한여름에 들어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력을 강제하면서 음력 8월15일을 추석이라고 하던 것을, 양력 8월 15일을 추석으로 바꿔버리는 바람에 햇곡식은 어림도 없게 되었다. 물론 이들은 추석을 ‘오봉’이라 하여 우리나라의 백중 풍속과 비슷하게 보내는 모양이기는 하다.
이번 추석에 고향 가기를 포기하고 ‘알바’를 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워 고향의 부모들의 찾지 못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말을 듣자니 우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