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한론’(征韓論)' 의 망령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지도
한일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요란한 정부 발표가 나온 지 엊그제인데, 그새 일본이 또 역사 왜곡을 강화하는 교과서를 발간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초등학생이 내년부터 사용할 사회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조선인 남성은 일본군에 병사로 참가하였고, 후에 징병제가 취해졌다.’
그것뿐만 아니라 ‘관동대지진에서 조선인학살’에 대한 기술은 아예 삭제되었고, 임진왜란을 일으켜 조선에 가한 만행을 대폭 축소했거나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가 많다.
일본은 아예 과거의 침략전쟁을 부인하려고 하는 역사 왜곡을 노골적으로 자행하고 있다. 이런 왜곡된 역사 교과서를 통해 거짓된 역사를 배운 일본의 아이들은 한국에 대해 적개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되면 자기 나라의 영토인 독도를 돌려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할 것이고 여차하면 무력으로 탈환하려고 나설 것이라는 짐작이다.
도대체 일본의 어떤 세력이 역사 왜곡에 앞장서고 있는가? 우리는 이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
역사적으로 일본 ‘메이지 유신’ 전후 줄기차게 정한론(征韓論)을 제창한 세력들을 살펴보면 그들 대부분이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인 규슈섬의 가고시마현(과거 사쓰마 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시마스 요시히로 가문의 영지)이나, 시모노세키 부근의 야마구치현(과거 조슈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모리 데루모토 가문의 영지) 출신들이다.
이 지역은 과거 왜구들의 본거지이기도 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선 침략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 지역이다. 1860년경 이 지역에서 메이지유신과 정한론이 최초로 등장하였는데 주창한 대표적인 무사가 사이고 다카모리(西郷隆盛, 1828. 1. 23. ~ 1877. 9. 24.)이며, 대표적인 학자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 1830. 8. 4. ~ 1859. 10. 27.)인데, 요시다 쇼인은 ‘쇼카손주쿠(松下村塾)’라는 학당을 세워 많은 제자에게 정한론을 가르쳤다. 이 학당의 정한론 정신을 이어받은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는데 설립자는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 일본 파나소닉 창업주)이다.
그다음 정한론자는 고치현 출신의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1836.1.3.~1867.12.10. 과거의 시코쿠 번이다. 시코쿠 번은 왜구의 거점이었고, 정유재란 때 영주 쵸소카베 모 토치카(長宗我部元親)가 일본군 제6군으로 조선 침략)인데 이자는 삿쵸 동맹을 맺어 도쿠가와 막부를 패망시킨 희대의 모략 가이다.
이 들의 정한론을 이어받은 제자들이 일본 정· 관· 군계에 진출하여 일본을 군국주의로 이끌었는데 주요 인사로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10.~1901.2.3.) 다카스기 신사쿠, 구사카 겐즈이, 이노우에 가오루, 기도 다카요시, 야마가타 아리토모, 이토 히로부미, 등이다.
또 이들의 피를 물려받았거나 숭배하는 후대의 정한론자들로서, 故 아베 신조 수상 (安倍晋三, 전 내각총리대신, 이 사람의 원래 고향도 야마구치현 이다.)의 외종조부인 사토 에이사쿠 (전 내각총리대신, 야마구치현) 와,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1896. 11. 13’~1987. 8. 7. 전 내각총리대신, 야마구치현), 마지막 조선 총독 출신인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 야마구치현)와 기시 노부오 (岸信夫, 1959.4.1. ※옛 성이 아베로 아베 신조의 친동생, 전 방위상)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수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Kishida Fumio. 1957.7.29. 선거구, 규슈 히로시마 1구)는 아베의 정치적 후계자이다.
지금 일본에서 암약하고 있는 정한론자들은 부지기수다. 마쓰시타정경숙 출신은 특히 더 그렇다고 느껴진다. 이 학숙은 요시다 쇼인의 정한론을 계승하고 있는데, 졸업생 중 매년 중의원이나 정부 각료가 되는 사람이 10~20명이 넘으니 일본 사회의 실세들이라고 보면 된다. 살펴보자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가 재무상을 거쳐 총리에 등극하였고,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상, 나가하마 히로유키 전 참의원 부의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 이들 중 마루야마 호다카 중의원 의원은 2019년 "독도와 북방영토를 전쟁으로 되찾자"라는 망언으로 일본 사회를 흔들었다.
후쿠자와 유키치가 세운 경응의숙(慶應義塾)도 정한론에 뿌리를 둔 학교다. 이들 졸업생 중 유명인은 하시모토 류타로 전 내각총리대신,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총리대신을 비롯하여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기업인들이 많다.
쉽게 말하면 일본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극우 보수세력들은 어찌 보면 모두 요시다 쇼인이나, 후쿠자와 유키치가 뿌린 정한론을 먹고 자라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자국이 어려우면 항상 이웃 나라인 한반도를 희생시켜 부국강병을 이루어야 한다는 정한론을 가장 기본적인 사상으로 무장하고 있다.
‘일본이 한반도를 분단시키고, 한반도에서 전란을 일어나면 이를 계기로 한반도에 출병하여, 한반도를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자국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결국 퇴각하게 되면서 한반도는 드디어 통일국가를 이룩하게 된다.’라는 참언은, 믿거나 말거나 어느 법명 높은 고인이 말했다고 떠도는데 참 암담한 혹세무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자행하고 있는 교과서 왜곡은 이른바 ‘정한론’의 정면 부활이자 전 국민 조기 교육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극우 행보 배후에는 정한론으로 출세한 규슈나 야마구치 출신 일본 정·관·재계 지도자들이 현대판 ‘삿쵸동맹’을 만들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이 모든 역사 왜곡 뒤에서 돈과 사람과 제도를 공급하는 원천이다. 우리에게 일본은 늘 배신하는 교활한 이웃, 은혜를 모르는 몰염치한 이웃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더욱 정신 차리고 단단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