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안전사고 이제그만
푸른 가을하늘에 안타까운 젊은 혼령들이 날아다니는 듯하다. 핼러윈(Halloween)데이 전전날 일어난, 이태원 참사慘事로 156명의 꽃다운 청춘이 꽃잎처럼 져버렸다.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다. 慘事의 사전적 의미가 바로 그렇다. ‘이태원 참사’를 구태여 ‘이태원 사망사고’라고 고쳐 부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당시의 정황을 보면 대규모의 밀집 군중에 대한 안전관리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한 것 같다. 밀집 군중에 의한 압사 사고는 과거에도 더러 있었다. 5명 이상이 압사한 사고는 다음과 같다.
-1959. 7. 17. 부산공설운동장에서 67명 압사 150여 명 부상
-1960. 1. 26. 서울역 승강장에서 31명 압사 40여 명 부상
-1965, 10, 5. 광주종합경기장에서 12명 압사 100여 명 부상
-1980. 2. 11. 부산 용호초등학교 5명 압사 20여 명 부상
-2005. 10. 3. 경북 상주공설운동장 11명 압사 70여 명 부상 등이다.
세계최대의 압사 사고는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슬람 순례자 2,411명이 ‘하지순례’ 중 인파에 떠밀려 사망한 사고다.
우리에게는 잊히지 않는 ‘세월호’참사가 있다. 이때도 304명의 수학여행 학생들과 인솔교사, 일반인 등이 떼죽음을 당했다.
왜 이처럼 계속 대형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일까? 안전사고는 대부분 후진국형 사고라고 부른다.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어이없는 대형안전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국민의 ‘안전문화’의식 수준의 차이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철저한 ‘안전교육’을 시키고, 사람이 우선인 사회를 구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아이들을 앞서기 위한 영어 수학 과목의 선행학습만 중요하게 생각하고 안전교육은 등한시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야 재난안전법이나 어린이안전법,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법, 학교안전법 등이 제정되거나 재개정 되었지만, 내용을 아는 국민은 매우 적다.
우리 국민의 ‘안전문화’에 대한 인식은 매우 빈약하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제일 먼저 가르쳐야 할 것이 무엇일까? 영어, 수학일까? 천만에 ‘안전’이다. “뜨거우니 만지지 말라” “넘어진다 뛰지 마라” “차 조심해라” “물에 빠지면 죽는다” “불장난하지 마라” 이런 것이다. 여기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수상안전요령, 교통사고 예방요령, 지진대피요령, 화재 대피요령, 화생방교육, 인공호흡법, 압사 사고 예방요령, 산사태 대피요령, 감전사고 예방요령, 지하철사고대피요령 등으로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산업안전이나 보건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활 안전’이다. 그런데 생활 안전을 정규학과로 채택하고 있는 대학은 없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상 필요한 안전지식은 언론매체나 주변 지인들에게서 배우게 되는데 자연히 정보량이 적고 체험이 없어서 체계적인 지식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각급 교육기관에서 정기적으로 국민안전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안전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는 산하 법인단체를 최대한 활용하여 ‘국민안전문화’육성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 법인이나 단체가 육성한 강사를 활용하여 전국의 사업장과 청소년수련원, 각급 학교, 경로당, 주부대학, 기관 단체 등을 돌면서 안전교육을 할 수 있도록 국가 예산을 배정하고 효율적인 ‘안전문화’ 운동을 벌이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이태원 사고도 젊은이들에게 ‘안전문화’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파가 밀집된 곳은 매우 위험하니 피해야 한다.’라는 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밀집된 인파는 압사 사고는 물론, 화재, 폭발물, 유독가스 사고가 발생하면 그야말로 커다란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이런 곳을 피하라!”라는 부모교육이 평상시 잘 되어있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위험한 인파 속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국민안전에 대한 최종책임은 국가에 있으며, 재난안전법상 행정안전부가 주무 부처이다. 이번 사고도 주최 측 따지지 말고, 사람이 많이 모여들 것을 뻔히 알았다면, 경찰이나 구청공무원, 일용직 안전요원을 충분히 배치하여, 안전펜스나 유도 밧줄, 확성기 지휘 탑차 등을 위험지역에 배치하여 일사불란하게 인파를 통제하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군중이 좁은 구역으로 갑자기 밀려들 때는 뒤에서부터 중간중간 대열을 잘라서 앞으로 미는 압력을 줄여야 하는 것 기본이다.
우리 모두 ‘국민안전문화’를 꽃피워 나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