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험이냐' 경찰시험 극악 난이도 수험생들 분통

by 스피라통신 posted Sep 2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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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국민일보, 연합뉴스>

 

 

19일 한 인터넷 강의 플랫폼에서 경찰공무원시험 한국사를 가르치는 이모씨는 “좌절했을 학생들 생각에 너무 속상하다”며 수업 도중 눈물을 흘렸다.

 

이날 있었던 2020년 제2차 경찰공무원(순경) 채용시험에서 공부를 해도 맞출 수 없는 지엽적인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사실상 떨어지라고 문제를 낸 것인데, 노량진에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는지 한 번이라도 본다면 이런 식의 문제는 낼 수 없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다른 플랫폼의 김모 강사 역시 이번 시험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렇게 문제를 내면 아무리 공부를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분노가 치민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공론화를 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수험생들도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모이는 한 카페에는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만 150개 가까이 올라왔다. 그 중에는 “20대를 다 바쳤는데 이제 그만두고 싶다”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까지 등장했다. 무엇이 이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난이도 논란에 휩싸인 문제는 7번, 8번, 12번, 14번 문제다. 7번은 최승로의 ‘5조 정적평’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다. 7번 문제의 정답은 2번 ‘혜종은 예를 갖추어 사부를 높이지 않았지만 빈객과 관료들을 잘 대우해 처음 즉위하였을 때 여러 사람이 기뻐하였다’이다.

 

사료에 따르면 혜종은 사부를 높였으나 이를 ‘높이지 않았다’고 적어 틀렸다는 것이다. 실제 사료를 찾아 모두 외우지 않으면 맞출 수 없는 문제다.

 

8번 문제도 논란에 휩싸였다. 정답에 포함된 ‘광명·계발의 난’이 사실상 어떤 교재에도 나오지 않을 만큼 지엽적 문제였다는 것이다. 한국사 강사 고모씨는 자신의 유튜브 강의에서 “고등학교 교과서에 있는 지도에 조그맣게 나오는 내용인데 이걸 출제했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고씨는 이어 “14번 문제에서는 ‘발행’과 ‘유통’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말장난을 쳤다”며 “이런 부류의 문제는 한국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묻는 게 아니라 그냥 틀리라고 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험생과 강사들이 공통으로 꼬집는 문제점은 경찰공무원 한국사 시험이 취지와 달리 과도하게 어렵다는 것이다. 경찰공무원임용령 제42조에 따르면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의 기준은 ‘경찰업무수행에 필요한 기본적 능력·지식을 검정할 수 있는 정도’라고 명시돼 있다.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 1년차라는 A씨(25)는 “최승로의 5조 정적평 사료가 도대체 왜 경찰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변별력을 위해 어렵게 냈다는 주장도 이해가 안 간다. 너무 지엽적이라 공부해도 못 맞춘다면 결국 ‘찍기 싸움’이 되는데 그게 어떻게 변별력이 있는 것이냐”면서 “공무원을 뽑는 시험이 공정과 먼 ‘운빨 망겜’이 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시흥시에서 2년째 경찰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B씨 역시 “(이번 시험이) 거의 5급, 7급 시험 같았다”며 “1차 때는 95점이 나왔는데 이번 시험을 가채점하니 60점밖에 안 나오더라”며 황당하다고 했다. 그는 “수업에서 선생님들이 강조하는 주요 내용은 안 나오고 지엽적인 문제가 많이 나왔다. 이런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측 관계자는 “이번 한국사 시험에 변별력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시험을 치면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가 섞여 있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시험 문제는 2, 3년 전부터 대학교수들이 출제를 하고 있어 전체적 난이도는 (경찰 측에서) 관리를 하지만 세부적 문제는 전문적이라 협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2020년 제2차 경찰공무원 시험은 일부 시험장에서 정정된 문제를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칠판에 써 놓아 문제 유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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