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서 들끓는 반중 정서, 어떻게 시작됐나

by 스피라통신 posted Feb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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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경향신문>
 

 

지난해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세계 1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의 70%가 중국을 싫어한다고 답한 것은 중국을 보는 국제사회의 인식을 잘 드러낸다. 북미와 유럽지역에서는 66%가 중국을 싫어한다. 미국과 캐나다가 각각 76%와 73%를 기록했고, 스웨덴은 응답자의 80%가 중국이 싫다고 답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태평양 국가에서는 더욱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일본이 88%로 가장 높은 반중 정서를 드러냈고, 호주가 78%, 한국이 77%를 기록했다.

 

■중국은 왜 ‘공공의 적’이 됐나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14억4800만명으로 세계 1위 인구 대국이다. 면적도 세계 4위다. 경제 규모는 미국에 이어 2위지만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2030년에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럼에도 중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은 굴기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와 멀어졌다. 지금 세계적으로 형성된 반중 정서의 기저에는 타국을 존중하지 않는 중국의 과도한 민족주의와 인권 문제가 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집권 이후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몽’을 내세워 매우 배타적인 애국주의를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와 중국의 갈등이 커졌다.

 

타국과의 관계에서 힘을 앞세운 중국의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 외교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닭을 죽여 원숭이를 겁주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압박과 보복을 가하고 외교적 관례에서 찾아보기 힘든 거친 언사로 타국을 비난하는 중국의 공세적 외교도 시 주석의 중국몽과 함께 나타난 현상이다. 또 홍콩의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반중 정서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중국 경계와 비판의 싹은 그보다 훨씬 전에 이미 심어 있었다.

 

■세계는 중국을 오판했다

 

40여년 전 중국이 개혁개방을 선언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를 적극 환영하고 지원했다. 공산당 일당독재를 고수하면서 경제적으로만 ‘죽의 장막’ 일부를 걷어내는 제한된 개혁이었지만 중국을 국제질서에 편입시키면 점진적인 변화를 거쳐 결국 비슷한 체제와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세계는 경악하면서 중국에 대한 태도와 정책을 바꿔야 할지 잠시 고민하기는 했다. 그러나 결국 ‘미래의 중국’를 기대하고 포용하는 정책을 버리지 않았다.

 

중국이 단기간에 엄청난 성장률을 기록하고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가 경제적 이득을 보게 된 건 모두가 기대했던 결과였다. 하지만 중국은 일당독재 체제를 유지하면서 서방 국가들이 걸었던 것과 전혀 다른 경로로 접어들었다. 중국이 세계 주류국가들과 다른 사회시스템과 가치관을 가진 채 덩치를 키워나가자 당혹감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미국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적 투명성과 내적인 성장 없이 외형을 키운 중국이 장차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결국 스스로 프랑켄슈타인을 키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된 미국은 정색을 하고 중국의 인권 문제와 법치, 민주주의, 언론자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전환점 맞은 미·중

 

2008년 9월 15일 국제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미국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로 미국의 신자유주의가 붕괴하고 ‘도광양회(韜光養晦)’하던 중국이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중국은 곧바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경제 2위에 올랐다.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자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중국은 중화제국 재건으로 외세의 침략에 짓밟혔던 100년 전 수모를 갚겠다고 공언했다. 2012년 시진핑 체제 출범과 함께 러시아에서 옛 소련의 위상 회복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집권하고 일본에 ‘전후 체제 탈각’을 외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선 건 우연이 아니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력과 군사력을 아시아에 집중시키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펴면서 미중은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다. 미중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였지만 미중 대결은 이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됐다. 시진핑은 미국에 당당하게 ‘신형 대국 관계’를 제의했다. 중국의 지분을 인정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미래의 세계 질서를 위해 미중 양국의 건전한 경쟁과 협력이 필요하니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화평굴기(和平堀起)를 믿지 않았다. 미국은 중국에 인권, 법치, 민주주의 측면에서 G2의 위상에 걸맞은 국제적 기준을 가지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부상을 ‘강호(江湖)에서 금기시하는 암수(暗數)도 서슴지 않는 무림의 신흥 강자 출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멈출 수 없는 시진핑의 애국주의

 

애국주의에 중국 인민은 열광한다. 열강의 침략으로 땅을 조계지로 내주고 주요시설에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 팻말이 걸리는 수모를 당했던 과거의 복수심을 바닥에 깔고 있다. 시진핑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2위지만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큰 나라다.

 

경제적 불평등은 심각한 사회불안 요소다. 언제까지 전체주의적 통제로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중국이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은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제도와 규범이 무엇인지 정립하지 않았고 그 규범을 주변국과 국제사회에 적용하려 할 때 발생하는 충돌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한다. 중국 공산당의 노선이 서방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지만 사회주의 이념은 이미 퇴색한 지 오래다. 사회주의를 대신해 인민을 결집시키는 도구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슬로건과 애국주의다.

 

과도하고 배타적인 애국주의가 국제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최소한 지금은 멈출 수 없다.

2017년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이자 ‘전략적 경쟁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기존 국제질서 속에서 성장한 중국이 이제는 세계를 자국 중심의 질서로 바꾸려 한다는 의미다.

 

미국 외에도 중국의 질주를 경계하는 나라는 많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이를 이용한다. 동맹국과 우방국을 엮어 중국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전략이다. 유럽연합(EU)은 2019년 중국을 ‘총체적 경쟁자(systemic rival)’로 규정하고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오커스, 쿼드, 한·미·일 협력 등 소다자 그룹을 중층적으로 결성해 중국을 겨냥한다. 고립을 탈피하려면 미국이 동맹·우호국과 함께 형성한 질서 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미중 갈등은 단기간에 끝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미중 대립 구도는 한국의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 한국이 운신의 폭을 넓히려면 방향성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운 원칙과 정체성을 따라가는 나라라는 인식을 국제사회가 가질 수 있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미중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한국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많은 나라와 연대하고 공동대응하는 길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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