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동료 재소자 살인 한 이씨에게 "사형은 과하다" 파기환송 결정

by 이원우기자 posted Jul 1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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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교도소 사진.jpg

<공주교도소 사진 출처:네이버>

 

대법원이 살인을 저질러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교도소에서 또 재소자를 살해한 피고인에 대해서도 사형은 과도하다고 판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27)씨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2019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만난 40대 남성을 살해하고 2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충남 공주교도소에서 복역중이던 이씨는 2021년 12월 다른 재소자 두 명과 함께 같은 방 재소자 A씨를 폭행해 살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그해 10월부터 거의 매일 A씨를 폭행하고, 지병인 심장병 약을 못 먹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심 법원은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번이나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이씨에 대해서도 사형이라는 형벌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은 장기간 누적된 폭행으로 인한 것인데, 이런 폭행은 살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기보다 피해자를 괴롭히려는 목적과 미필적 고의(죽을 줄 알면서도 폭행)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범행에 흉기가 쓰이지 않았고, 피해자가 한 사람뿐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법원은 이씨가 젊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도 파기환송의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20대라는 점은 이전부터 많은 판례가 사형 선고가 정당화되기 어려운 사정 중 하나로 밝혀왔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재판 중 자살을 시도한 점까지 고려하면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지 못했다고 해도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좁은 곳에 갇혀 있는 교도소 수용자들의 특성과, 교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어려운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이미 무기징역형을 살고 있는 이씨에게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건 범죄예방 효과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서도 “양형에서 반영할 사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축했다.

 

현행법상 사형은 법정 최고형이지만,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법원의 사형 선고 건수도 줄었다. 2000년 한 해에만 8명이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2016년 이후엔 단 한 명도 사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6월엔 지인과 공범을 연달아 살해한 권재찬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현재 대법원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한 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6년 ‘GOP 총기 난사’ 임모씨가 마지막이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선 한 건도 사형이 확정되지 않았다.

 

최근 30년이던 사형 집행시효가 폐지됐지만, 사형은 이미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씨의 공주교도소 살인 사건 2심 재판부는 “사형은 집행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절대적 종신형”이라고 판결문에 적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수감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다. 최장기 사형수는 여호와의 증인 건물에 불을 질러 15명을 살해한 원인득(1993년 11월 사형 확정)이다. 미집행 사형수엔 연쇄살인범 강호순과 유영철도 포함돼 있다.

 

사형제는 벌써 세 번이나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1996년 헌법소원 때는 재판관 7:2로 ‘합헌’ 결정했는데, 2010년 두 번째 헌법소원 때는 5:4로,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재판관이 4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7월 열린 공개변론에서 허완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함으로써 범죄자의 개선 가능성을 포기한 형벌이고 범죄 예방 효과도 적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제의 목적은 범죄의 예방뿐만 아니라 인과응보적 정의의 실현에도 있다”며 사형제 존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스피라TV 이원우 기자 spirra2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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