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라TV]
<첼시 FC의 깃발 출처:SPOTV NEWS>
결국,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의 런던 ‘빅클럽‘ 첼시 FC 매각이 결정되었다.
첼시는 7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첼시는 토드 보얼리, 클리어레이크 캐피탈, 마크 월터, 한스요르그 위그가 이끄는 새로운 구단주 그룹이 클럽 인수에 합의했음을 확인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첼시의 황금기를 이끌어낸 ‘첼버지(첼시+아버지)’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시대가 끝났다.
첼시는 1905년 3월 경 창립된 팀으로 1960~1970년대 초 짧았던 구단의 중흥기를 제외하고는 그저 그런 작은 축구팀으로 유럽축구계에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하던 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첼시는 2003년 러시아의 억만장자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하면서부터 유럽 축구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아브라모비치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슈퍼스타들을 긁어모았고, 첼시는 단숨에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돈으로 트로피를 살 수 없다’는 축구계의 오랜 격언은 아브라모비치 앞에서는 전혀 성립되지 않았다.
로만 아브라히모비치는 2003년 첼시 매입이후 지금까지 한화 3조가 훌쩍 넘는 돈을 투자해 첼시를 전성기로 이끈 인물이다. 아브라모비치의 현질은 첼시 인수와 동시에 시작되었다.
AC밀란에서 유럽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명성을 떨치던 셰브첸코와 아르헨티나산 폭격기 애르난 크래스포 영입을 시작으로 아르엔 로벤, 디디에 드록바, 페르난도 토레스, 카이 하베르츠, 티모 베르너, 로멜루 루카쿠 등 유럽을 호령하던 슈퍼스타들을 거의 매 시즌 영입하며 막대한 돈을 쏟아 부었다.
실제로 첼시는 아브라모비치의 인수 전과 인수 후의 역사 극명하게 갈린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인수전 리그 우승이 1차례에 불과했으나, 아브라모비치 인수 후 EPL 트로피를 5차례나 들어올렸으며, 유럽 빅클럽의 상징인 챔피언스리그 우승트로피 Big Ear를 2차례나 들어올렸다. 이 외에도 FA컵에서 5차례 정상에 올랐으며, 리그컵에서 3차례, 유로파리그에서 2차례, FIFA 클럽 월드컵에서 1차례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빅클럽으로 자리잡았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직후 빅이어 앞에선 로만 아브라모비치 사진 출처: 네이버>
첼시의 황금기를 이끈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주에서 물러나게 된 원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일으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측근 중의 측근으로, 블라디미르 푸틴의 자금줄이라 해도 무방한 ‘올리가르히(Oligarkhia, 러시아 신흥 재벌)’의 대표주자 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푸틴의 측근이자 올리가르히인 아브라모비치에 대한 영국 정부의 압박이 본격화 되었다.
영국 정부는 아브라모비치를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며 지난 3월 10일 아브라모비치에게 해외 재산 동결과 여행 금지 처분을 내렸다. 영국 정부가 내린 해외 재산에는 아브라모비치가 소유하고 있는 첼시 FC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영국 정부의 제재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이사회는 3월 12일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FC 구단주 자격을 박탈시켰다.
이에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FC를 매각할 의사를 밝혀왔고 결국 금일 현지시간 새벽 1시 30분경 첼시가 토드 보얼리, 클리어레이크 캐피탈, 마크 월터, 한스요르그 위그가 이끄는 새로운 구단주 그룹에게 매각 되었음이 발표되었다. 이로써 첼시와 아브라모비치의 행복했던 20년 동행은 마침내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아브라모비치가 ‘전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매우 밀접한 관계이기 때문에 제재 대상에 포함 되는 것은 어찌보면 타당하나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 쉐이크 만수르와 함께 지금의 EPL 전성기를 이끌어낸 인물이라는 점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첼시 FC의 팬들과 전 세계 축구팬들은 그가 현대 축구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좌)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우) 사진 출처:네이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스포츠와 정치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어쩌면 매우 억울하게 본인이 2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브라모비치와 새로운 구단주를 맞아 클럽의 철학이 바뀌게 될 첼시 FC를 바라보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이탈리아 세리에 A가 유럽을 호령하며 유럽 최고의 리그라는 평가를 받던 과거와 달리 종이호랑이 신세로 전락한 지금의 원인도 클럽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긴 사람들이 구단주로 앉으며 팀을 망쳐놓았기 때문에 벌어진 처참한 결과다. 결국 AC밀란과 인터밀란은 10년의 암흑기를 거친 끝에 최근에서야 과거의 명성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석이 무너진 AC밀란과 인터밀란을 유럽대항전에서 두려워 하는 팀은 과거처럼 많지 않다. 세리에 A팀들이 정상화를 선언한지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탈리아 팀들은 유럽대항전에서 우승후보 팀으로 꼽히지 못하고 있다. 구단주의 중요성을 절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브라모비치는 그저 그런 팀에 불과했던 첼시에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 그리고 변함없는 애정으로 첼시를 명실상부한 유럽 빅클럽으로 이끌어낸 인물이다. 첼시 팬들이 아브라히모비치의 퇴장에 진한 아쉬움 나타내는 것도 매우 당연한 일이다.
이제 첼시는 영광의 아브라모비치 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대격변의 시대에서 과연 첼시가 예전과 같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어 진다.
스피라TV 이원우 기자 spirra2w@naver.com
<저작권자 ⓒ 스피라티비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