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라TV]
<비야레알에 2대1 역전골을 터뜨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세리머니, 사진:연합뉴스>
이번 시즌 12년만에 친정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복귀한 ‘황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하 호날두)가 최근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호날두를 비난 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대동소이하다.
그들은 호날두가 공격에만 치중할 뿐 전방 압박이나 수비 가담 등 수비적인 부분에서 팀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호날두가 라커룸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선수들과 그렇지 않은 선수들로 파벌을 조성, 팀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리버풀의 레전드이자 현직 해설가인 제이미 캐러거는 “호날두는 골을 넣지 않는 경기에선 승객일 뿐”이라며 호날두를 매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말 그들의 주장대로 호날두는 팀에 쓸모 없는, 팀에 해가 되는 존재일까?
호날두는 맨유 복귀 이후 현재(1월 14일)까지 맨유 유니폼을 입고 22경기에 출전 14득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16경기 출전 8득점을 기록했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 5경기 출전 6득점을 기록했다. 리그에서는 2경기 마다 1골씩,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경기당 1.2골을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호날두의 득점수가 과거에 비해, 아니 직전 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음은 분명하나 이는 호날두가 속한 리그의 수준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매우 단수한 주장이다.
지난 시즌 호날두는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저 그런 수준의 리그로 전락한 세리에A에서 뛰었지만 현재 그가 뛰고 있는 리그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리그임을 감안하면 호날두의 득점 감소가 그의 기량 하락 탓이 아닌 리그 전반의 수준차이 탓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호날두의 득점 감소폭은 세리에A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한 다른 선수들의 득점 감소폭에 비해 현저하게 작다. 즉, 호날두의 개인 기량에는 그 어떠한 문제도 없는 것이다.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최약체 리그의 최강 팀으로 이적한 메시를 보라! 그는 리그 11경기에 출전해 단 1득점만을 기록 중이다. 오히려 호날두 보다 메시의 기량에 큰 문제가 느껴진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편파적인 전 세계 기자들은 PSG에서 드리블 좀 하는 키 작은 남미 선수로 전락한 메시에게 일곱 번째 황금공(발롱도르)을 선물했다.)
또한, 호날두는 맨유를 챔피언스리그 16강 무대로 이끈 장본인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프리미어리그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는 굴욕을 겪었다. 아마도 맨유는 호날두가 아니었다면 이번 시즌 역시 프리미어리그 팀 중 유일하게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굴욕을 또 다시 겪었을 것이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1차전부터 5차전까지 5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는데 모든 득점의 순도가 매우 높았다. 약체 영 보이스에게 불의의 일격을 맞고 패한 1차전 선제 득점을 시작으로 2차전 역전 결승 득점, 3차전 역시 역전 결승 득점, 4차전 결승 멀티 득점, 5차전 선제 결승 득점까지 말 그대로 맨유를 16강 무대로 멱살 캐리했다.
만약, 최근 세간의 평가대로 호날두가 쓸모 없는 선수였다면 맨유의 16강 복귀는 불가능 했을 것이다.
우리는 호날두를 비난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기에 앞서 호날두가 처한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해야 한다.
올 해 한국나이로 38세가 된 호날두는 축구 선수들의 평균 선수 수명을 고려했을 때 은퇴를 해도 벌써 했어야 할 나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날두는 혹독한 자기 관리를 통해 여전히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호날두는 전성기 시절에도 수비 가담에 적극적인 선수가 아니었다.
호날두와 그의 라이벌 메시에게 항상 따라다니던 꼬리표가 바로 ‘수비에 적극적이지 않은 선수’였다. 심지어 수비 전술의 대가 조제 무리뉴 감독 조차 레알 마드리드 시절 호날두를 수비틀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풀어주며 체력적인 여유를 안배해주었다. 이와 같은 감독의 배려에 호날두는 폭발적인 득점으로 화답했다.
쉽게 말해 호날두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운동장 곳곳을 누비는 선수가 아닐뿐더러 그의 현실적인 나이를 고려했을 때 수비적인 활동에 체력을 낭비하는 것 보다 공격적인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게 가장 합리적인 호날두 활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호날두가 맨유에 합류함으로써 맨유는 직전 시즌까지 최대 고민이자 최대 약점이였던 세계 최정상급 스트라이커 부재를 단숨에 해결했다.
지난 시즌 맨유의 리그 경기 최다 득점자는 공격수가 아닌 미드필더인 브루노 페르난데스였다. 또한 지난 시즌 맨유의 주전 공격수로 출전했던 마커스 래시포드와 메이슨 그린우드, 앙토니 마샬, 에딘손 카바니는 각각 37경기 11득점, 31경기 7득점, 22경기 4득점, 26경기 10득점으로 매우 저조한 득점력을 보여주었다.
이에 비해 호날두는 리그 16경기에서 8득점을 기록, 단순한 수치로만 계산했을 때 38경기에서 19득점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난 시즌 맨유 공격진 구성원 가운데 가장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 받은 두 선수, 래시포드와 그린우드의 득점 합 보다 1골이 더 많은 숫자다.
즉, 호날두는 오랜 기간 이어온 맨유의 최전방 문제를 단숨에 해결할 적임자이며 지금 현재도 그 고민을 매우 훌륭하게 해결해 주고 있다.
펩 과르디올라, 위르겐 클롭, 토마스 투헬, 마우리시노 포체티노까지 현대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들이 사용하는 전술의 기본 골조가 바로 전방 압박이며 이는 맨유의 단기 감독인 랑닉 임시 감독 전술과도 어느 정도 일맥 상통한다. 앞서 언급한 네 명의 감독 모두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한 전술로 유럽 무대에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그들이 모든 선수들에게 왕성하고 타이트한 전방 압박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과르디올라는 메시에게, 클롭은 살라에게, 투헬은 네이마르의 음바페에게, 포체티노는 케인에게 전방 압박을 통한 수비 가담보다 프리롤을 부여하며 공격적인 활동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고 이는 눈에 띄는 뚜렷한 성과로 나타났다.
랑닉 감독이 호날두에게 계속해서 강력한 전방 압박 등의 수비적인 움직임을 요구하기 보다는 공격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호날두 활용법으로 보여진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보다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부족할 것이 하나 없는 호날두라는 특급 공격수에게 수비 가담을 강요하고 그렇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면 과연 그 감독을 훌륭한 감독이라 할 수 있으며 뛰어난 통찰력을 가진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한 건, 퍼거슨 시대 이후 맨유에서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던 위닝 멘탈이 호날두의 합류와 함께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맨유가 여러 내홍을 겪으며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호날두가 팀에 이식한 위닝 멘탈이 꽃을 피운다면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미래에 오랜 시간 이어진 우승 갈증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맨유가 호날두와 함께 할 다음 시즌을 기대해 본다.
스피라TV 이원우 기자 icsoft@naver.com
< 저작권자 ⓒ 스피라티비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