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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직 구장 전경, 사진출처:나무위키>
'야구에 미친 도시' 부산을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팀 롯데 자이언츠가 이번 겨울에 보여준 행보를 보면 롯데가 추구하는 팀의 방향이 미래인지 현재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 만큼, 롯데의 이번 오프시즌 행보는 갈팡질팡 그 자체였다.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롯데는 시종일관 즉시 전력보다 미래 전력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즉시 전력감 선수를 영입한다 해도 '오버페이' 없이 매우 합리적인 금액에 계약을 체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손아섭의 NC행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었다.
롯데는 손아섭에게 4년 40억원 정도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NC가 손아섭과 계약한 4년 64억원에 크게 밑도는 액수다.
사직 구장의 외야를 넓히고 있는 롯데의 입장에서 보면, 손아섭에게 제안했던 4년 40억도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보인다.
사직 구장의 외야가 넓어지게 되면 외야수가 커버해야 할 수비 범위 역시 넓어지게 된다. 나이가 들어 전성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든 손아섭의 수비 범위를 고려했을 때 넓어질 사직구장의 외야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심지어, 손아섭은 2018 시즌 정점을 기점으로 장타력이 눈에 띄게 줄어든 터라 넓어진 사직 구장에선 그의 장점이였던 타격 조차 과거와 같은 활약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즉, 윈-나우가 아닌 팀의 10년 대계를 계획하고 있던 롯데의 입장에서는 효용가치가 낮아질 손아섭에게 거액을 지불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이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의 골칫덩어리 이학주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얼마 전 롯데는 삼성과의 트레이드 소식을 발표했다.
롯데는 삼성에게 유망주 투수 최하늘과 전면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넘겨주고 삼성으로부터 유격수 이학주를 넘겨 받았다.
삼성은 팀 분위기를 망치는 골칫덩어리를 경쟁팀에게 넘기면서 미래에 크게 자랄 수 있는 가능성을 가득 품은 씨앗 두 개를 넘겨 받는 초대박 장사를 한 것이다.
문제는 롯데다. 분명 롯데는 2019년 성민규 단장 부임 이후 지금까지 쭉 미래 전력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왔다. 올 해로 32세가 된 이학주의 나이를 고려해 보면 미래 가치로 보기 힘들 뿐더러 그가 전성기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그와 비슷한 또래의 선수들이 이미 전성기 기량에 도달해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은 것에 비해 이학주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학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은 한결같이 '잠재력을 품고 있는 32세 선수'다.
롯데 역시 이학주 트레이드를 마지막까지 고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렌차이즈 스타 손아섭의 이적 이후 롯데는 사실상 '리빌딩'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만큼 32세의 나이든 만년 유망주를 미래 가치와 교환한다는 것은 자칫 2019년 이후 롯데가 성사시켜 온 트레이드 전체를 부정하게 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와 비슷한 행보를 보여온 다른 팀은 어떨까?
한화는 지난 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는 팀이 천명한 '리빌딩' 기조를 꿋꿋하게 유지하고 있다. 신인 선수들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선수가 충분히 재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었다.
그 덕에 지난 시즌 한화는 노시환과 김범수 등 투, 타에서 팀을 이끌어갈 젊은 선수들을 배출할 수 있었다.
분명 성민규 단장의 롯데도 한화와 같은 미래자원을 위한 리빌딩이 이루어져야 한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FA 시장에서 공격적인 외부 자원 영입을 통해 전력을 늘리던 한화는 '리빌딩' 선언 이후 철저하게 미래 가치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의 롯데를 보면 리빌딩 직전의 한화가 떠오른다.
리빌딩 직전의 한화는 나이가 들어 전성기 기량에서 내려온 고참 선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탓에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팀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다.
현재의 성과도 없고 미래의 가치를 갉아 먹기만 하는 말 그대로 공황상태였던 것이다.
나이든 롯데에게 필요한건 당장 눈앞의 성적이 아니라, 왕조의 주춧돌을 놓아줄 재능있는 어린 선수들이다. 이학주가 부산에서 야구를 잘하던 못하던 롯데의 이번 트레이드는 대실패다. 어차피 못나갈 가을 야구 이도 저도 아닌 유격수 한 명을 영입했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프런트가 잊은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야구에 미친 도시' 부산의 팬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우승을 기다려 온 야구팬들이다.
가장 오래 기다린 만큼 인내심도 가장 강하다.
그리고 그들은 모래성처럼 금방 무너질 한 순간의 짧은 영광보다 삼성과 두산처럼 수 년간 흔들림 없이 리그를 호령할 롯데 왕조를 더 바랄 것이다.
성민규 단장이 보여주던 뚝심의 리빌딩이 흔들리지 않기를 한 명의 오랜 부산 갈매기가 간절하게 바래본다.
스피라TV 이원우 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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