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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스포츠경향, USA투데이연합뉴스>
4회말 2사 1·2루.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 더그아웃을 향해 신호를 보내자 세인트루이스 벤치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일 신시내티전 등판 이후 신장 경색 증세로 입원했다가 치료를 받고 13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선발 투수의 경기 중 호출이었기 때문이다. 쾌투하다 4회에만 볼넷 2개째를 내준 직후 김광현은 벤치와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세인트루이스는 최연세 통역과 마이크 매덕스 투수코치, 트레이너까지 마운드로 급파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볼 배합 조정을 위해 몰리나와 대화를 청한 것이었다. 더그아웃의 통역을 향해 신호를 보낸 것이었지만, 김광현의 몸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세인트루이스 벤치에서는 몸 상태에 문제가 있는 줄 알고 트레이너까지 출동시킨 것이다. 김광현이 웃으며 설명하자 매덕스 코치와 트레이너는 바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세인트루이스가 선발 김광현의 움직임에 얼마나 집중하며 신경쓰고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김광현은 웃으며 고개를 흔들고 손을 내저었다. 건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의미였다”고 인상적이었던 이 장면을 소개했다.
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온 김광현은 15일 밀워키전에서 7이닝 3안타 6삼진 무실점으로 데뷔후 최고의 투구를 했다. 김광현은 혈관에 문제가 생겨 신장 경색 증세로 입원한 뒤 약물 치료를 받고 회복해 이날 복귀했다. 던지는 팔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투수 본인은 자신했지만 팀에서는 여전히 몸 상태를 매우 주시하고 있었다. 열흘 이상의 공백은 실전 감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구단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김광현은 완벽하게 쾌투했다.
공백을 가뿐히 뛰어넘고 오히려 최고 피칭을 한 김광현의 모습에 세인트루이스 벤치는 이제 무한 신뢰하기 시작했다.
이날 김광현이 나선 경기는 더블헤더 1차전이었다. 7회까지만 열리는 올시즌 더블헤더에서 대부분 팀들은 선발이 호투하더라도 6회까지만 맡긴다. 김광현도 6회까지 81개를 던졌다. 13일 만의 등판이었기에 교체되기 충분한 투구 수이기도 했다. 그러나 7회말에도 김광현이 마운드에 올랐다. 불펜에서는 6회부터 라이언 헬슬리가 몸을 풀고 있었으나 세인트루이스 벤치는 이날 압도적이었던 김광현을 완전히 믿었다. 김광현은 7회말을 공 6개로 삼자범퇴 처리하며 그 믿음에 완벽하게 답했다.
김광현은 7이닝을 던지는 동안 밀워키 투수 3명과 싸웠다. 밀워키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투구 수는 77개로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미 불펜에서는 필승계투조가 몸을 풀고 있었다. 6회 올시즌 0점대 평균자책의 셋업맨 데빈 윌리엄스가 등판했고, 7회에는 마무리 조시 헤이더까지 등장했다.
세인트루이스와 밀워키는 이날부터 17일까지 사흘간 2번의 더블헤더를 포함해 총 5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25일부터 28일까지는 또 더블헤더를 포함한 5연전이 남아있다. 서로 마주하게 된 이 10연전은 양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승부처다. 그 시작인 이날 1차전을 반드시 잡기 위해 밀워키는 선발 호투에도 불구하고 0-0에서 셋업맨과 마무리까지 투입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에게 7이닝을 전부 맡겼다.
세인트루이스는 연장 8회말 승부치기에서 불펜 난조로 1-2 역전패를 당했고, 1-0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김광현의 시즌 3승째를 지켜주지 못했다. 지역 방송 매체 KMOV는 “세인트루이스는 오늘 ‘미안하다’는 한국어 한 마디를 배워야 한다. 김광현의 실력이 아깝게 소비됐다”고 평하기도 했다.
1승은 놓쳤지만 김광현은 값진 믿음을 얻었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인사하는 신인이기에 그동안에는 ‘도전자’였던 김광현은 이날 복귀전에서 더 빼어난 투구를 펼쳐 이제 선발로서 완전한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김광현은 내셔널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4경기 연속 5이닝 이상 3안타 이하에 비자책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라고 소개했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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