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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22세 정우영은 헌신적인 팀 플레이와 '주발'을 가리지 않는 강력한 킥을 무기 삼아 독일 분데스리가에 자리잡아가고 있다.
정우영이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상대로 멋진 왼발 중거리 슛을 꽂으며 시즌 3호골을 기록했다. 지난 6일(한국시간) 정우영의 선제골에 힘입어 프라이부르크가 도르트문트를 2-1로 꺾었다. 도르트문트는 차두리, 손흥민, 지동원 등 한국 선수를 만나면 유독 자주 실점을 내주고 패배하는 묘한 인연을 이어갔다.
정우영은 도르트문트 상대로 프로 1군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했다. 4-4-2 포메이션으로 나온 프라이부르크에서 프리롤 공격수를 맡아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패스 연결에 기여하고, 수비 가담에 열을 올렸다. 후반 4분 넣은 골은 오히려 팀 플레이에 따른 보너스에 가까웠다. 후반전에는 과감한 돌파로 도르트문트의 스타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을 연달아 뚫는 모습도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헌신적인 팀 플레이어라는 정우영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정우영은 이날 후반 25분 교체될 때까지 10km 가까운 활동량을 보여 화제를 모았는데, 뛴 거리뿐 아니라 고강도 스프린트를 자주 반복했다는 점에서 탁월한 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래 활동량과 집중력이 좋은 정우영은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팀 플레이가 엄격한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의 요구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 중에서도 스프린트 후 회복이 느린 선수는 수비가담 후 바로 이어지는 공격 상황을 쫓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현역 시절 안드레아 피를로처럼 거의 뛰지 않는 선수도 끊임없는 종종걸음의 결과 많은 활동량을 기록하곤 한다. 정우영은 뛴 거리와 스프린트 횟수가 모두 많다는 점에서 활동량의 질도 높은 편이다.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도 정우영의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든 지능적으로 패스를 돌리며 움직이는 정우영은 윙어, 프리롤 공격수, 공격형 미드필더, 역삼각형 중원에서 약간 전진한 위치의 중앙 미드필더까지 고루 소화할 수 있다. 바이에른뮌헨 2군 시절에는 혼자 큰 짐을 져야 하는 4-3-1-2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도 능숙하게 소화했다. 창의성이 압도적이라기보다는 주위 선수들을 잘 살리며 팀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스타일의 플레이메이커였다. 슈트라이히 감독도 최전방, 후방, 측면 등 다양한 위치에 기용하는 중이다.
도르트문트전에서 왼발로 기술적인 중거리 슛을 넣은 장면을 통해 양발잡이의 면모도 확실히 보여줬다. 정우영은 오른발잡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왼발 킥을 꾸준하게 훈련했다. 왼발로 자연스럽게 공을 다루는 수준을 넘어, 왼발로도 난이도 높은 킥을 처리할 수 있을 수준을 목표로 수련 중이다.
정우영은 분데스리가 대선배 손흥민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어렸을 때 손흥민은 탁월한 스피드와 슈팅력으로 10골 이상을 뽑아낼 수 있는 공격수였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팀 플레이 능력을 덧붙여 갔다. 반면 정우영은 득점보다 팀 플레이 능력이 장점이고, 앞으로 파괴력을 더해가는 것이 숙제다.
처음 유럽으로 데려간 팀 바이에른은 정우영을 프라이부르크로 보냈지만, 정해진 가격에 재영입할 수 있는 바이백 권한을 갖고 있다. 바이에른은 정우영의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관심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빅 클럽 합류를 논하기에는 이르다. 정우영은 최근 3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며 분데스리가에 갓 자리 잡은 단계다. 3경기 모두 풀타임은 소화하지 못했다. 빅 리그의 빠른 템포 속에서 90분 내내 자기 스타일로 팀에 공헌하는 것이 먼저 밟아야 할 단계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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