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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선수로서 작은 신장은 치명적인 약점이 되기 마련이다. 공을 놓는 타점과 직결되는 투수는 두말할 나위가 없고, 야수 역시 체구가 작은 선수는 신체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며 신인 지명 드래프트부터 외면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
KBO 역대 최고의 2루수라는 평가를 받는 정근우가 과거 부산고 시절 작은 체구로 인해 지명을 받지 못했던 점도 이와 일맥상 통하는 경우다. 아무래도 비슷한 실력의 신인이면 키가 크고 탄탄한 체형을 갖춘 선수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신체를 한계를 뛰어넘은 단신 선수들의 활약으로 최근 KBO리그의 트랜드도 많이 바뀌었다. 고교 시절 미지명의 아픔을 겪었던 정근우가 대학 야구 시절 활약을 바탕으로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입단해 리그 최고의 2루수로 성장했다. KIA 김선빈은 2017시즌 역대 최단신 타격왕에 오르기도 했고, 육성선수로 KBO리그 무대를 밟은 손시헌 역시 유격수로 리그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고교무대를 휘저었던 라온고 김지찬에 대한 시선도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김지찬은 라온고 시절 뛰어난 타격센스와 빠른발을 앞세워 고교무대를 주름잡았다. 청소년대표에도 선발되어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대표팀 2번타자로 맹활약했다.
김지찬의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이었다면 신인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의 지명을 받기 힘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2루수와 유격수가 주 포지션인 김지찬의 작은 신장과 짧은 리치는 수비에서 치명적 약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구단은 김지찬의 신체적인 약점보다는 뛰어난 타격 감각과 빠른 발을 이용한 주루 플레이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예상보다 더 높은 순위인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김지찬을 지명해 팀에 입단시켰다.
당시에는 깜짝 지명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김지찬은 청소년 대표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삼성 스카우트진을 흐뭇하게 했다. 삼성에 입단한 이후 1군 스프링 캠프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귀국 후 자체 청백전에서 매서운 방망이 실력과 빠른 발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청백전 당시 김지찬은 평범한 번트 타구에도 넉넉히 1루에서 세이프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준족을 자랑했다.
코칭스태프의 평가 역시 호평 일색이다. 김용달 삼성 타격코치는 이미 "타격, 주루, 수비 모두 괜찮다"고 칭찬한 바 있으며, 뛰어난 주루 플레이 능력으로 대주자 스페셜리스트로 불렸던 강명구 주루코치 역시 빠른 발을 활용한 김지찬의 주루 센스를 높이 샀다. 5월 5일로 예정된 정규시즌 개막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신인 김지찬의 1군 진입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올시즌 삼성은 센터 내야수 자원이 적지 않다. 해외유턴파인 이학주가 지난해 주전 유격수로 자리매김했으며, 2루수로 이동한 김상수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센터 내야를 볼 수 있는 백업 자원인 박계범, 이성규에 유사시 센터 내야를 볼 수 있는 외국인 선수 살라디노까지 있다.
신인 김지찬으로서는 쉽지 않은 경쟁 상대들이지만 비집고 들어갈 틈은 있다. 지난해 주전 유격수 이학주는 무릎 부상 이후 아직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박계범과 이성규도 좋은 재능을 지녔지만, 역시 1군에서 검증된 자원이 아니고, 멀티 플레이어 살라디노 역시 3루수와 유격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오갈 것으로 보여 확실하게 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김지찬이 공수에서 활약을 보인다면 1군 내야수로 정착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20시즌 선수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김지찬은 163cm로 프로야구 최단신 선수로 등록됐다. 김지찬 이전에 정근우, 손시헌, 이용규, 김선빈 등 여러 선수들이 신장의 편견을 깨며 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반열에 올랐다. 공수 재능을 겸비한 김지찬이 이들의 뒤를 이어 삼성을 대표하는 작은 거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피라TV 박동혁기자 icsof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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